Page 13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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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하게 성장해 왔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2013년 『동아시아불교문화』 제15집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무심코 페이지를 넘겨 차례를 훑어보는데, 「『선문정로』 문장
인용의 특징에 관한 고찰」이라는 논문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너무나
놀랍고,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한껏 달아오른 흥분이 쉽게 가라앉질 않았
습니다. 저자가 누군가 보니, 고심정사 불교대학 초창기인 2006년부터 일
년 학과반에서 틈틈이 강의를 해 주고 계시는 동의대학교 강경구 교수님
이셨습니다. 2016년까지 4편의 논문을 게재한 이후로는 더 이상 논문이
보이지 않아서 아쉬워하고 있던 차에 2021년 4월 24일 성철사상연구원 주
최로 열린 “퇴옹성철 스님의 불교관 연구 2” 학술연찬회에서 「성철선의 이
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이란 주제로 기조 발제를 해 주셨습니다. 그때 강
교수님은 “원택스님, 이제 5월이 지나면 『선문정로』에 대한 연구가 끝나 곧
좋은 소식을 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그동안 오래 기다리셨지요.”라는 뜻밖
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대로 훈훈한 바람에 짙푸른 나뭇잎이 너풀대는 올 초여
름 어느 날, 퇴고를 거듭한 흔적이 역력한 강 교수의 원고가 제 손에 묵직
하게 들려 있었습니다. 등에 땀이 차는 것도 잊은 채 며칠에 걸려 원고를
읽고 나니, 시원한 청량감이 몸속에서 일어났습니다. 큰스님은 일제 강점
기 초기에 태어나 한문 교육부터 받으셨기 때문에 글을 쓰시는 데 있어선
한글보다는 한문이 더 편하고 쉬우셨습니다. 그러므로 큰스님에겐 한문 문
장이 별거 아니지만 한문은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한글 전용이
대세가 되고 보니, 『선문정로』의 내용도 어렵지만 표현 자체가 한문투여서
읽기조차 힘들다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요즘 세대가 읽고 이해
할 수 있도록 한자음을 달기도 하고, 용어에 대한 설명을 각주로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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