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P. 146
용四照用’ 또는 ‘사빈주四賓主’의 후대 정립과 관련, 송대 임제종과의 관련성
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히 송대의 선적 또한 선종사상사 연구의 핵
심 영역임을 알 수 있다.
송대야말로 선어록의 전성기다. 보리달마, 육조혜능, 조주종심, 남전보
원 등 초기선이든 순선의 시대든 송대의 선승들에 의해 그들의 사상은 세
상에 나오게 된다. 송대의 등사나 어록 등을 통해 드러난 공안선은 대혜종
고의 간화선에 의해 그 결정結晶을 이룬다. 선종의 특수성은 여기에서 절
정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야나기다는 선의 역사를 텍스트를 통해 읽어 왔
으며, 그 텍스트가 요구되는 시대의 상황과 정신을 밝히고자 했다. 이제 그
는 초시간적이며 무제한적인 세계로 들어가 선의 본질, 선의 원형을 들여
다보고 있다. 선수행자인 자신 스스로 주체자의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그는 특히 주자의 선불교 비판을 날카롭게 보았다. 주희는 마조·임제
계의 ‘작용즉성作用卽性’에 대해 반발했다. 돈오의 입장에서 현실 언행 그대
로가 자성의 움직임이라고 하는 것을 비판한 주자가 정곡을 찔렀다고 보
았다. 모든 감각의 작용이 본성과 동일하다는 ‘작용즉성’은 선과 악에 대한
윤리적 판단마저도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야나기다는 당대의 무
사선無事禪에 대한 대혜의 비판과 신유학의 윤리를 종합, 송대의 간화선이
현실계에 대한 부정과 그것마저도 넘어선 부정의 부정을 통해 절대적 긍
정의 세계에 이르게 됨을 보게 된다.
야나기다는 『선문보장록의 기초적 연구』의 해제에서 중국에서는 자취를
감춘 위앙종이 한반도에 전해진 것과 간화선의 정착에 대해 큰 의미를 부
여한다. 그는 “처음에 『선문보장록』을 읽었을 때, 철저한 교외별전의 설에
놀랐고, 진귀조사眞歸祖師의 전등설에 말문이 막혔는데, 지금 새롭게 유래
를 알고 보니 중국에서 5가의 제1진이 되는 위앙종이 태어나 바로 해동에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