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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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다. 여기에는 일체의 이해가 배제되어 있다. 안다면 전부 아는 것이고
모른다면 전체를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선문의 불가사의한 암호[公案]들
에 대해 성철스님은 ‘화두 공부를 부지런히 해 철저하게 깨달아 바른 눈을
갖추기 전에는 절대로 모르는 것’이라는 말로 모든 이해의 가능성을 닫아
버리는 것이다.
『선문정로』를 쉽게 이해하고 바로 실천하도록 이끄는 글을 써 보라는 권
유를 받고서 나는 그 일을 퇴직 전까지 해 보겠다고 했다. 말씀 전달자[傳
語人]의 역할을 맡아보겠다는 답을 한 것이다. 그런데 말씀의 전달이 진실
하려면 그 마음에 통하는 일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 일을 10년도 아니고,
3년도 아니고, 2년 반 안에 해 보겠다고 자임한 것이다. 게다가 벌써 여섯
달이 지났다. 숙제는 덜컥 받았는데 시간은 가고 안목은 여전하다. 절박함
이 없을 수 없다. 다만 이 숙제는 원래부터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는 것
이다.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숙제인 것이다. 여기에 위안을 느
끼면서 결코 쉽지 않은 이 숙제를 독자들과 함께 풀어 보자는 의미에서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독자들의 동참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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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해평리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492호. 통일신라시대. 구미시 해평면 해평 4길 보천사 소재.
약간의 마멸과 손상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완전한 형태로 잘 보존되어 있는 석조 좌상이다. 머리는 나발螺
髮 형태이며, 얼굴은 둥글고 신체는 작고 단정하다.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하고 있어 석가여래임을 알 수
있다. 두신광頭身光의 중심에는 연화문蓮花文이 새겨져 있다. 신광身光 주위에는 맨 아래쪽에 향로가 양쪽으
로 새겨져 있으며, 그 위로 각각 2구의 화불化佛이 배치되고, 맨 위쪽에는 삼존불이 조각되어 있다. (2021년
12월 5일 현봉 박우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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