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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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이해와 논의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문에서 중요한 것은 실천이
             고 체험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선문정로』는 단순하면서도 명백한 주제

             의 거듭된 변주로 이루어져 있다. ‘돈오원각론頓悟圓覺論’, ‘실참실오론實參
             實悟論’, ‘구경무심론究竟無心論’이 바로 그것이다.

               돈오원각론은 선문에서 말하는 돈오견성이 부처님의 원각과 완전히 동
             일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심으로 인한 장애가 완전히 제거된 진정한 무
             심이라야 견성이라 할 수 있으며 만약 수행이 더 필요하다면 그것은 견성

             이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참실오론은 무심을 직접 실천하는 실참

             과 구경의 무심을 성취하는 실오 이외의 모든 군더더기를 쳐내 버린다.
               구경무심론의 종지란 무엇인가? 성철스님은 유식학의 논의를 적극 활
             용하여 그 수증론을 피력하는데, 그것은 마음의 구조에 대한 정치한 이론

             을 구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간파하기 어려운 미세한 번뇌, 그 중

             에서도 근본무명이 일어나는 최심층 아뢰야식의 차원을 벗어난 궁극의 무
             심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에 그 유명한 숙면일여의 기준이 제시된다.
             깨어 있는 상태나 꿈을 꾸는 상태에서 무심에 의한 통일적 상태가 변함없

             이 유지된다고 해도 그것에 의미를 두어서는 안 되며, 꿈조차 없는 숙면의

             상태에서 무심의 선정이 유지되는지를 스스로 점검해 보라는 것이다. 이
             러한 숙면일여를 뚫고 지나가야 아뢰야식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진정한
             무심이 나타나는데, 그것이 부처 마음과의 통일적 만남이 일어나는 지점

             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돈오원각론, 실참실오론, 구경무심론은 삼위일체적 관계로서 뚜
             렷한 기준을 공유한다.  화두참구에 의한 불이不二적 통일이 영속적인 것
             인지, 현재 진행 중인 것인지, 철저하고 완전한 것인지를 묻는 기준이 그

             것이다. 화두참구는 실상과 한 몸이 되는 실천을 통해 완전한 앎에 이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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