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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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음으로 가는 길에 중간 정거장들을 설정하
면 그 순간 분별적 유심에 머무는 일이 일어
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모든 중간 단계
를 없애 버리고 마지막 정거장인 궁극의 깨
달음만을 남긴다. 여기에서는 버릴 것과 취
할 것이 분명하다. 그로 인한 시비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수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선문
정로』의 강력한 부정과 비판과 배격은 예외
사진 2. 2022년 1월에 장경각을
통해 출간한 필자의 책 없이 각자의 내면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일어
『정독精讀 선문정로』 .
나는 유심적 장애를 향한 것이다. 예컨대 10
지보살과 등각보살도 견성하지 못했다는 말에 다양한 학문적 논쟁이 일어
날 수는 있다. 그러나 머물지 않는 수행을 거쳐 궁극의 깨달음에 도달한 석
가모니의 길을 따르자는 지침을 제시한 것이라면 그 말은 반박 불가능한
절대 명제가 된다. 그 각각의 문장들은 수행자를 윽박질러 옳고 그름의 차
원을 벗어나게 하기 위한 고함이자 매질이 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선
문정로』의 고함과 매질 앞에 정직해지고 간절해질 필요가 있다.
『선문정로』의 3대 핵심 주제
우리는 『선문정로』의 독서가 우리를 성철스님이 도달한 바로 그 자리
로 이끄는 길 안내가 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이 법문을 읽을 필요가 있다.
『선문정로』는 성철스님의 실참실오적 경험을 압축한 실천론이다. 그러므
로 『선문정로』의 독서가 성철선의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또 하나의
공리공론을 우리의 머리 위에 얹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실천론이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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