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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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암 성철 대종사 문하로 출가하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연령이나 학벌
에 제한 없이 출가가 자유롭게 허용되던 시절이었지만 서른을 앞둔 나이
에 한 출가는 상당히 늦은 출가, 즉 늦깎이 중에서도 늦깎이에 속했습니다.
게다가 종립대학교를 졸업하거나 강원이나 선방의 경험 없이 바로 백련암
으로 출가하여 큰스님의 제자가 되었으니, 사회로 말하면 혹독한 도제의
길을 걸은 것과 매한가지입니다.
그런데 저로서는 출가 이후 이때껏 백련암을 떠나지 않고 50 성상星霜을
한곳에 머물며 수행을 해 왔다 하지만 시절의 변화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
황은 절집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소납이 출가할 때만 해도 출가자들이
많아서 지금처럼 행자가 귀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새벽예불 때 본 행자가 아침 공양시간에 안 보이면 처음에는 무척 놀라고
당황해서 두리번거리며 찾았습니다. 하지만 내일이면 또 누군가가 출가하
러 절 마당에 들어섰기 때문에 사람이 오가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
기며 살아왔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절 집안은 10여 년 전부터 출가자의 인적이 뜸해
진 듯합니다. 특히 2, 30대 출가자는 눈을 씻고 보려야 볼 수 없을 지경입
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귀하디귀한 존재가 백련암으로 출가를 하러 온 것
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젊은 행자라서 매우 반갑기도 하고 또 앞
으로 어떻게 사미 생활을 잘 마쳐서 비구계를 수지하여 스님의 길을 가게
지도해야 할지 예전 같지 않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절집에서는 웬만해서는 출가 이전의 행적을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인
데, 행자에게 학번을 물으니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으로서 직장생활도
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조계종 비구계 수계제도를 살펴보았더니, 예전
과는 달리 제도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사회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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