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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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 상좌는 처음부터 이 길을 가기로 의논해서 오늘에 이르렀고, 일학
상좌는 2006년 11월 4일에 출가하여 2007년 9월에 수계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선학전공으로 입학하여 2014년 11월에 수료하고, 이런저
런 소임을 맡아 바쁜 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논문을 써서 이번에 석사논문
을 제출하고 학위를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일학 상좌는 시절인연이 닿아
2021년 12월 23일에 성철스님 생가터에 창건한 겁외사劫外寺의 주지에 임
명되어 큰 신심을 보일 기회도 얻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고생한 두 상좌에게 수고했다고 한마디씩 덕담을 해 주고 점심
공양으로 소소한 자축연을 했습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허전
했습니다. 더 많은 상좌나 조카 스님들이 학위를 받았으면 하는데, 그런 마
음을 내는 스님들이 가뭄에 콩 나듯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큰스님께서 아
신다면 “쯧쯧쯧” 혀를 차실 일이지만 말입니다.
소납이 출가해서 눈코 뜰 새 없이 백련암 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마
당에 떨어진 신문 쪼가리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큰스님이 부르는 소리를 듣
지 못해 호되게 불호령을 맞은 일이 있었습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간
화선 선사였던 큰스님 눈에는 얼마나 한심해 보였겠습니까. 그러니 상좌
들이 학위 받는 일에 이런저런 마음을 내고 있는 저를 보신다면 또다시 불
호령을 내리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일림 상좌가 떠난 뒤 5년여 동안 백련암에 행자 등록이 없다가 지난 10
월에 오래 간만에 행자들이 찾아들었습니다. 문도들과 의논하여 “제가 이
제 승납이 50년이 다 되어 가니 상좌는 받지 않겠습니다. 다른 사제들에게
나누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소회를 밝히고 그렇게 하기
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출가한 행자 중에 나이가 45세인 행자가 한사코 소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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