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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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논조를 이해하기 쉽고 편안한 단어들로 구성한 매끈한 문장으로 독
             자들의 독서를 참 편하게 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성철스님이 옛 문헌을 편의적으로 생략하거나 재구성하여

                  인용하였다는 점을 살펴보겠다. 성철스님은 자신의 수행과 깨달음
                  이 옛 불조들과 다르지 않음을 확신하는 입장에 있었다. 따라서 문
                  장에 묶이지 않고 그것을 활용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현대 학문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의 왜곡에 속하지만 옛 한자문화권에서는 흔히

                  일어났던 일이기도 하다. 예컨대 『시경』의 연애시에서 한두 구절을
                  단장취의하여 도덕률을 선양하는 문장에 활용하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그것은 옛 성현과 완전히 하나가 되었거나 그것을 능가하

                  는 정신적 성취를 거둔 증거로 이해되기까지 하였다. 성철스님은

                  자신의 수행과 체험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옛 문장의 맥락에 묶이
                  지 않고 그것을 가져다 활용하는 입장에 있었다. 흔히 술이부작述
                  而不作의 핵심이 창작하지 않음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원래 ‘술述’은

                  옛사람의 말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심화된 재

                  해석과 새로운 관점의 제시가 필수적으로 요구되었다. 성철스님의
                  문헌 인용은 그런 점에서 술이부작의 전통에 맞닿아 있다고 볼 수

                  도 있다.”                                                   - 『정독 선문정로』에서



               소납은 이렇게 편안하게 잘 읽히는 글을 쓸 줄 아는 상좌나 사제나 조카
             스님들이 나오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도교수를 정하지 못
             해 조바심을 내더니 3학기를 지날 때쯤 해서 불교대학원장 황순일 교수를

             지도교수로 정하고 논문 제목을 논의해 보기로 했다고 어느 날 보고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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