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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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정루情累’로부터 그 ‘도’와 도치되게 되었고, 그에 따라서 ‘물을 잊고
          [忘物]’, ‘정을 잊으며[忘情]’, 도치된 ‘자신조차도 잊어야[忘己]’ 비로소 본래의
          온전한 ‘도’를 회복한다고 한다.

           이를 장자의 ‘삼망三忘’이라고 하며, 또한 이 ‘삼망’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는 ‘망물’에 대하여 ‘무물無物’이고, ‘망정’에 대하여 ‘무정無情’이며, ‘망기’는
          ‘무기無己’를 실현한다고 하겠다. 특히 ‘무기’에 대해서는 궁극적 ‘도’의 경지
          를 실현한 지인至人은 어떠한 조건[待]도 필요치 않는 자연과 그대로 합일

          되어 있어 ‘무대無待’라고도 한다. 따라서 흔히 장자의 삼무는 ‘무물·무

          정· 무대’라고 칭한다. 그런데 장자의 ‘삼무’와 『단경』의 ‘삼무’는 그 형식
          과 내용에 있어서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이 보인다. 물론 사상의 궁극적인
          입장에서는 명확하게 다른 사상체계이지만, 형식적인 유사성은 도가에서

          『단경』을 용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하겠다. 주지하다시피 당조唐

          朝는 초기부터 ‘불도지쟁佛道之爭’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중국적 부처와 경전의 탄생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단경』의 명칭으로부터 육조혜능은 중국인으
          로서 ‘불佛’이 출현한 것이라는 메타포가 가능해짐으로부터 중국 전래 이후
          로 끊임없이 괴롭혀 온 ‘이하론夷夏論’에 입각한 비판이 점차 사라지는 작용

          을 하였다. 이제 ‘이夷’에 속한 인도 출신인 석존釋尊이 아니라 중국인인 혜

          능의 가르침이기 때문에 더 이상 민족적 정서로 불교를 비판하는 것은 논
          리성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단경』이 나타난 이후 중국에서 더 이상 위경僞經이나 위론僞論이 출

          현하지 않는 점을 볼 수 있다. 중국불교에서는 다양한 원인으로 위서를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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