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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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을 떠나서 밖에서 출세간을 구하지 말라. 사견邪見은 세간에 있
고, 정견正見은 출세간이다. 사邪와 정正을 모두 버리면 보리菩提의
성품이 완연宛然할 것이다.” 6)
“불법은 세간에 있으며 세간을 벗어나 깨달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세간을 떠나 보리를 찾는 것은 마치 토끼의 뿔을 구하는 것과 같
다. 정견의 이름이 출세出世이고 사견이 세간이다. ‘사’와 ‘정’을 모
두 버리면 보리의 성품이 완연할 것이다.” 7)
이러한 견해는 진리의 세계를 추구하는 것도 세속의 생활도 모두 번뇌
에 치달리는 것으로 보는 이른바 ‘이상제진로二相諸塵勞’를 제창하는 『단경』
의 입장을 여실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하겠다. 또한 이로부터 종래의 수행
처에 대한 입장도 변할 것이다. 동산법문에 이르기까지 수행은 항상 세간
과 멀리 떨어진 산속에서 은둔하여 행하여 왔다. 특히 혜능의 스승인 홍인
은 도를 배우는 이들이 무엇 때문에 성읍이나 마을에 있지 않고 산속에 머
무는가 하는 질문에 “큰 건물의 재목은 본래 심산유곡에서 나오는 것이지
세속 가운데 있는 것은 아니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칼이나 도끼로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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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지 않아 큰 재목으로 자라 후에 용마루와 대들보로 쓰이게 된다.” 라고
답하는 것과 같이 수행은 은둔잠세隱遁潛世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단
6) 敦煌本, 『壇經』(大正藏48, 342a), “法元在世間, 于世出世間, 勿離世間上, 外求出世間. 邪正悉打
却, 菩提性宛然.”
7) 宗寶本, 『壇經』(大正藏48, 351c), “佛法在世間, 不離世間覺, 離世覓菩提, 恰如求兔角. 正見名出
世, 邪見是世間, 邪正盡打却, 菩提性宛然.”
8) 楞伽師資記』, 「弘忍傳」(大正藏85, 1289b), “大廈之材, 本出幽谷, 不向人間有也. 以遠離故, 不被
『
刀斧損斫, 長成大物, 後乃堪爲棟梁之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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