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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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면 지금 이 자리[當下]가 바로 ‘정토’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로부터 송대에 이르면 조사선에서 ‘유심정토’의 사상이 보다 구체화되
             고, 그에 대하여 ‘서방정토西方淨土’의 반발이 출현한다. 또한 이러한 『단경』

             의 사상으로부터 후대에 조사선에서 세간을 버리지 않으면서 출세出世하

             고, 출세간을 버리지 않으면서 입세入世한다는 ‘역출세亦出世, 역입세亦入世’
             라는 기치가 세워지게 되고, 근대에 이르러 적극적으로 인간 속으로 들어
             가야 한다는 ‘인간불교人間佛敎’가 제창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유불도 삼교의 통섭


               『단경』이 기여한 또 하나의 사상적 공헌은 유불도 삼교의 통섭을 이루어

             냈다는 점이다. 앞에서 ‘불성’을 어떤 초월적인 저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

             니라 우리 자신과 늘 접하는 세상 사람들의 인성과 심성의 각도로부터 논
             하고, 그것이 유가, 특히 맹자의 ‘만물비아萬物備我’와 ‘반구저기反求諸己’의
             입장과 유사함을 언급했는데, 『단경』은 또한 도가의 사상도 역시 포용하고

             있다.

               그것은 『단경』의 핵심적인 수행론이면서 궁극적인 경지인 ‘무념·무상
             ·무주’의 삼무와 도가의 ‘무물無物·무정無情·무대無待’의 삼무와의 유사
             성으로부터 엿볼 수 있다. 도가, 특히 『장자莊子』에서는 “천지와 ‘나’는 함께

                                                12)
             생겨났으며, 만물과 ‘나’는 하나가 된다.” 라고 하여 우리의 존재는 본래
             그대로 ‘도’와 합일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재색財色 등의 물질
             에 의하여 현혹되어 부림을 당하는 ‘물역物役’과 수만 가지 정情에 얽매여




             12)  『莊子』, 「齊物論」, “天地與我竝生, 而萬物與我爲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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