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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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의지하여 증표로 삼았다. 반드시 (문도들의) 간 곳과 연월일, 성
                  명姓名을 알게 하여 서로서로 부촉咐囑하였다. 『단경』의 품승稟承이
                  없다면 남종南宗의 제자라고 할 수 없다.”           1)




               이로부터 혜능의 문하에서는 『단경』을 종지로 삼았으며, “반드시 문도들
             이 간 곳과 연월일, 성명을 알게 하여 서로서로 부촉하였다.”라는 구절로
             부터 문도들의 결속을 엿볼 수 있으며, 바로 이 문도들이 남종선의 주축을

             이루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더욱이 이를 이어서 “(『단경』의 종지를) 품승하지

             못한 사람은 비록 돈교頓敎의 법을 말해도 아직 근본을 알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끝내 다툼을 피할 수가 없다. 다만 법을 얻는 사람에게만 (돈교의)
             수행을 권할 수 있으며, 다툼은 승부의 마음이니 불도佛道에 위배된다.”                       2)

             라고 설하는 것으로부터 상당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남

             종의 선법을 종보본 『단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한다.


                  “도道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깨닫는 것[道由心悟]인데, 어찌 앉음에

                  있겠는가? 경전에 이르기를, “만약 여래가 앉고 눕는다고 말한다

                  면 이는 사도邪道를 행하는 것이다. 무엇 때문인가? 여래는 온 곳
                                              3)
                  도 없고 가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다. 생生함도 멸滅함



             1)  敦煌本, 『壇經』(大正藏48, 342a), “大師往漕溪山, 韶廣二州行化四十餘年. 若論門人, 僧之與俗, 約
               有三五千人, 說不可盡. 若論宗旨, 傳授壇經, 以此爲依約. 若不得壇經, 卽無稟受. 須知法處,
               年月日, 姓名, 遞相付囑. 無壇經稟承, 非南宗弟子也.”
             2)  위의 책. “未得稟承者, 雖說頓敎法, 未知根本, 終不免諍. 但得法者, 只勸修行, 諍是勝負之心,
               與佛道違背.”
             3)  [姚秦]鳩摩羅什譯, 『金剛般若波羅蜜經』(大正藏8, 752b), “若有人言: 如來若來若去, 若坐若臥. 是
               人不解我所說義. 何以故? 如來者, 無所從來, 亦無所去, 故名如來.” 이 구절을 援用한 것으로 추
               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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