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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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路肩(Road Shoulder)을 ‘갓길’로 번역한
일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매우 흔연해
하셨다고 합니다.
1993년 11월 4일에 소납이 시봉하고 있
던 조계종 제6·7대 종정을 지낸 성철 대
종사께서 열반에 드시고 7일 장중에 수많
은 문상객이 다녀가고 다비식을 올리고
사리를 수습하여 2재 때부터 해인사 보경
당에서 사리친견법회를 하게 되었습니
다. 줄을 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의 안전을
사진 5. 굴렁쇠 어린이와 고 이어령 장관.
도모하고 혼잡을 막기 위해 말뚝을 박고
끈으로 줄을 묶어 놓았으니 어설프기 짝이 없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참배
객들이 알맞게 오더니 며칠 지나자 새벽 3시부터 참배객들이 밀려들기 시
작하여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밀려와도 옛날처럼 새치기하
는 사람들의 모습이 일절 보이지 않고 지루하기만 한 차례를 꿋꿋이 지키
며 인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는 것입니다. ‘성철스님사리친견법회’는 동절
기 일기불순에 따른 참배객들의 안전을 염려하여 49재(1993년 12월 22일) 후
임시 중단했다가 다음 해 봄에 2차 친견법회를 한다고 고지하자 5재 이후
부터는 참배객들이 수가 줄어들긴 했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공
중질서를 지키며 새치기 근성을 버린 것은 바로 1988년 올림픽을 치르면
서 여러 면에서 우리사회의 공중도덕을 고치고자 노력했던 캠페인이 이렇
게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현장에서 몸소 뼈저리게 체험하였던 기억을 가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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