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P. 17
고인께서는 60년 이상 평론과 소설, 희곡, 에세이, 시, 문화비평 등 장
르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의 글을 써 오셨습니다. 그런 다작多作 속에서도
시대를 성찰하는 화두를 늘 던지셨습니다. 2006년에는 『디지로그』라는 책
을 내셨는데, 그때는 소납도 절에 산 세월이 35년이나 지난 시절이라 그
책은 사보지 못하고 강연 자료만 구해 읽었습니다. “아날로그의 세계와 디
지털 세계와의 합성만이 우리가 힘써 가야 할 문명세계”라고 한 설명에 감
개무량하였던 기억입니다. 이 책도 스테디셀러에 오르며 우리에게 디지털
의 사이버 문화와 아날로그의 공동체 정서를 이어주는 디지로그Digilog 파
워를 희망의 키워드로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도록 격발해 주신 것입니다. 2021년에는 한국 문
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으셨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내며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기
틀을 세운 고인을 기리고 예우하기 위해 문체부장으로 장례를 거행하고,
3월 2일 오전 10시 문인으로서 평생을 집필활동에 몰두하고 문화부 장관
시절 도서관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고인의 업적을 기려 지성의 상징인 국립
중앙도서관에서 영결식을 거행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대한민국역사박물
관 외벽 미디어 캔버스 ‘광화벽화’에는 고인의 유족들이 직접 뽑았다는 추
모 문구가 떴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별을 보며 즐거웠다.
하늘의 별의 위치가 불가사의하게 질서정연하듯,
여러분의 마음의 별인 도덕률도 몸 안에서 그렇다는 걸 잊지 말라.”
소납은 지금 가까이에서 고인을 모셨던 분들의 글들을 자세히 읽고 있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