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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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을 떠올리며 가슴을 졸였습니다.
           전쟁이 어떻게 결론이 나든 분명한 건 이번 침공의 패자는 러시아란 점
          입니다. 루블화 가치 폭락, 부도 직전의 신용위기 등은 제쳐두고라도 전 세

          계인은 러시아에게 마음을 돌렸습니다. 참혹한 전장으로 자식을 내보내야

          하는 러시아의 어머니들도 분노에 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
          려옵니다. “푸틴이 우리의 아들을 ‘인간 방패’로 배치했다”, “우리가 모두
          국가에 속았다. 그들은 어리고 또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이었다.”라고 분노

          를 표했다고 합니다. 푸틴은 인명살상을 멈추고 유엔의 결의대로 무조건,

          즉각, 완전히 철군해야 합니다. 그것이 러시아가 덜 패배하는 길이고, 인
          류에게 죄를 덜 짓는 길입니다.



            셋,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을 떠나보내며



           우리 한국의 최고의 지성이셨던 이어령 큰 어른께서 지난 2월 26일 낮
          12시 20분쯤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하셨습니다. 유족 측

          은 향년 89세이며, “유언은 따로 남기지 않으셨다.”고 밝혔습니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호적상 1934년생)한 고인은 부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와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습니다. 고인은 서
          울대 4학년 때 문리대 학보에 ‘이상론-순수의식의 뇌옥牢獄과 그 파벽破壁’

          이라는 평론은 발표하였습니다. 딱딱한 논문 투가 아니라 시적인 문체로,

          이 글은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이상李箱’이라는 벽의 높이를 확 낮추
          는 계기가 되었으며, 정식 평론가가 아닌 대학생의 글이었지만 문단에서
          널리 읽히는 유명한 글이 되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22세 때 한국일보 문화면 전면에 ‘우상의 파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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