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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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기수론을 담
은 일종의 선언문을 발
표했습니다. 고인은 이
글에서 인습의 벽에 갇
혀 시대의식을 담지 못
하고 권위주의에 매몰된
사진 2. 생전의 이어령 선생님.
기성문단을 싸잡아 비
판했습니다. 소설가 김동리, 모더니즘 시인 조향, 소설가 이무영을 각각
‘미몽迷夢의 우상’, ‘사기사詐欺師의 우상’, ‘우매愚昧의 우상’이라고 비판한
글로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하였지만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문화 권력
의 정점頂点에 있는 문인들은 물론 문단의 풍조를 맹종하는 젊은이들까지
함께 비판을 한 것입니다. 고인에게 붙은 ‘붓 깡패’라는 별명은 이즈음에
생겨난 것입니다.
1960년에는 27세의 나이로 서울신문을 시작으로 1972년까지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면서 당대 최고의
젊은 논객으로 활약하였습니다. 1967년 34세의 나이로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에 임용되어 30년 넘게 강단에 섰으며, 1995년~2001년까지 국어국
문학과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2011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되었습니다.
30여 년간 이화여대에서 국문학도를 가르치신 겁니다. 1973년 잡지 ‘문학
사상’과 출판사 ‘문학사상사’를 설립했고, 1977년에는 국내 최고 권위의 문
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이상문학상’을 제정하였습니다.
이어령 큰 어른께서는 60여 년 동안 수많은 책을 써낸 베스트셀러 작가
이기도 합니다. 소납이 1963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하였을 때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라는 책이 장안의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읽히고 있었습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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