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고경 - 2022년 5월호 Vol.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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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에 낡은 것을 비판하고 완전히 새로운 방법론적
                            시도를 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1919년에 출판한 『중

                            국철학사대강中國哲學史大綱』과  『홍루몽고증紅樓夢考
                            證』을 대표작으로 하는 일련의 역사 고증과 연구논

                            문, 저서로 인한 것이다. 『중국철학사대강』은 중국
                            근·현대에서 최초로 이루어진 중국철학사로서, 사
      사진 3.  호적의 대표 저서 『中國
           哲學史大綱』.
                            상적으로 대단히 깊이 있는 저술은 아닐지라도 중국
          의 전통철학을 새로운 학문적 틀로 새로 쓴 것이다. 전통철학, 전통의 역

          사, 전통 사상사에 대한 원래의 관념, 기준, 규범을 버리고 근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 새롭게 서술한 저술이다.
           후대 학자인 임계유는 “호적은 봉건학자들이 감히 건드리지 못했던 금

          기인 경학經學을 타파하였다. 봉건사회의 총규범을 거부한 것이다. 그가

          공구孔丘(공자의 이름)를 다른 철학자들과 똑같은 위치에 놓고 사람들이 논
          평하게 한 것은 하나의 대변혁이었다.”라고 평가하였다.
           이 책에서 호적은 요·순·우·탕 등 하은주 삼대의 성인에서 논의를 시

          작한 것이 아니라 시대적으로 한참 뒤인 춘추전국 시기의 노자, 공자에서

          서술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공자의 유학과 다른 제자학을 같은 위치에 놓
          고 논의하였다. 이 두 가지 특징이 당시 사상·문화계에 경천동지할 큰 영
          향을 끼쳤다. 그리고 이러한 견해가 학술이라는 이름으로 대학 강단을 통

          해 전달되었고, 일종의 ‘과학’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예컨대 왕국유의 갑골문 연구보다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없
          지만, 서양의 새로운 사조를 받아들여 전통에서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선
          구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중국사상을 연구하는 미국

          인이 쓴 것 같다.”거나 “견강부회에 불과하다.”라는 악평도 받았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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