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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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하는 비리를 저지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생명은 결코 서로를 학대할
권리를 지니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연민과 조화 위에 서로를 아끼는 공존
의 지혜를 밝히는 일이야말로 생명의 당위當爲일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닫혀진 편견의 다툼은 다른 이를 미워하며 해치고자
하는 무서운 몰이해의 장벽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
력이 이 시대의 지배적 경향으로 전개되어질 수 있는 것이야말로 불자된
이의 책무이며 긍지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그 점을 가르치고자 오셨으
며, 영원의 미래에서도 그것을 가르치실 것입니다.
평화와 자유는 결코 반목과 질시로 얻어질 수 없습니다. 대립은 투쟁을 낳
고 투쟁은 멸망을 낳습니다. 미움은 결코 미움으로 지워질 수 없습니다. 지극
한 자비의 도리가 실현되어야 할 소이가 여기에 있습니다. 생명의 물결이 그
윽한 마음의 원천에서 비롯되었다는 믿음, 그리고 그 마음이라는 동질성 위
에 모든 생명이 하나일 수 있다는 확신이 우리를 희망에 용솟음치게 합니다.
지금 우리는 지구라고 하는 정류소에 머물고 있는 나그네입니다. 그러
나 그곳을 아름답게 가꾸느냐 아니면 파경으로 이끄느냐 하는 자유 선택
의 의지 여하에 따라서 우리는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무
명의 사슬에 얽혀 덧없는 유전을 거듭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미래를 스스
로 어둡게 하는 일입니다. 반면에 슬픔의 예토를 장엄정토로 승화시키는
간곡한 의지의 집약은 희망의 내일을 기약하게 하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진리를 사모하고 참답게 살려는 노력을 경주하는 이들에게 부처님의 가
르침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우리가 그 분께 묻고 가르침을 구할 때, 부
처님은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는 것입니다. 이 시대의 아프고 그늘진 곳에
그 분의 크신 자비광명이 두루 하시기를 간곡히 기원합니다.
나무 시방삼세 무량제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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