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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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은 모든 존재의 본성이다. 극악한 죄인이나 위대한 부처님이나 모
두 이것을 갖추고 있다.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동물은 물론 지옥의 존
재들까지 모두 평등하게 불성을 갖추고 있다. 불성은 왕후장상이라 해서
더 고귀해지지도 않고 갑남을녀라 해서 더 비천해지지도 않는다. 부처가
된다고 해서 늘어나지도 않고 어두운 무명 속에 침몰해 있다고 해서 줄어
들지도 않는다. 대승불교는 이로 인해 위대해졌고 선불교는 이로 인해 영
감으로 충만한 깨달음의 역사를 창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성철스님은 말
한다.
“요즈음 하나님 믿는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 그분은 죄 많고 가련
한 우리 중생들과는 달리 모든 것을 초월해 저 멀리 계시는 분이라
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불교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나
님의 지고지순한 가치를 바로 죄인인 우리가 전혀 부족함 없이 완
전히 구비하고 있다고 선언한다. 개개인 속에 다 하나님이 있어서
하나님 아닌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불교의 주장이다. 이는 다른
종교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불교의 우수성이다.”
각자가 갖춘 불성을 하나님에 비유하고 있다. 개개인에게 하나님이 내
재해 있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하나님이라는 파격의 설법
이다. 그렇지만 이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불교다. 중국 불교
사에 불성론의 전파 및 확립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전한다. 불
성론은 대승의 『대열반경』에서 완성된다. 그런데 이 경전에는 일천제一闡
提의 불성 유무를 두고 흥미로운 맥락적 단층이 존재한다.
원래 일천제는 대승을 비판하고 부정하는 죄를 저질러 성불의 씨앗을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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