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P. 28
물거품인 이해득실을 단연斷然히 버리고
영원한 진여의 둥근 달을 항상 바라보며 나아갑시다.
만법이 청정하여 청정이란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으니
가없는 이 법계에 거룩한 부처님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들판의 괭이소리 공장의 기계소리 함께 같이 태평가를 노래하니
푸른 언덕 잔디 위에 황금빛 꽃사슴이 즐겁게 뛰놉니다.
발아래를 보고 발아래를 보라
│1988년 11월 23일, 해인사 겨울수련회│
만길 봉우리 앞에 들말 달리고
천길 바다 밑에 진흙소 소리치니
산호가지 위에 햇빛이 밝고 밝으며
흰 학이 허공에 높이 나는도다.
발 아래를 보고 발 아래를 보라.
달마의 한 종파가 땅을 쓸어 다하고
기이하고 기이하니
공자의 삼천 제자가 다 염불하는도다.
이가 낭군과 박가 아씨는 서울 거리에서 춤추고
개미와 모기는 연화대 위에 있는도다.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