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고경 - 2022년 8월호 Vol.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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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이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의심할 근거가 없었다. 그러나 플랑
크가 양자가설로 흑체복사(blackbody radiation)를 설명하고 아인슈타인이
양자가설로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를 설명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빛을 입자라고 해야만 설명할 수 있는 물리현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기존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왜
그런가?
어떤 상황에서는 빛이 입자처럼 행동하더라도 이중간섭 실험을 하면 빛
은 언제나 파동처럼 행동한다. 빛이 사실은 입자인데 과거에 파동이라고 잘
못 이해했던 게 아니다. 차라리 그랬다면 곤란한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
았을 것이다. 고전물리학의 한계를 인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과학사에서 흔
히 있는 일이듯이 과거 이론의 오류를 바로잡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고전물리학에서는 빛이 파동이었지만 양자역학에서는 빛이 입자라는
것이 아니다. 고전물리학에서는 빛이 파동처럼 행동하는 현상만을 알았고
빛이 입자처럼 행동하는 현상은 새롭게 알게 된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
해 플랑크가 양자가설을 세우면서 양자역학이 시작됐다. 빛이 입자처럼
행동하는 아주 특별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양자역학이 나왔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빛이 언제나 파동처럼 행동한다. 이
처럼 빛을 포함하여 양자는 상황에 따라 달리 행동한다. 이를 파동과 입자
의 이중성(duality)이라고 한다.
무아無我: 파동이나 입자라는 개념의 틀을 내려놓으면 된다
빛은 이중간섭 장치에서는 파동으로 행동하고 흑체복사에서는 입자로
행동한다. 고전물리학이나 일상적 세계관의 입장에서 보면 이게 납득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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