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고경 - 2022년 8월호 Vol. 112
P. 123

행동한다 하더라도 이중간섭 실험에서 파동으로 행동하므로 빛을 입자라
             고 할 수도 없다(그림 4).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리학자에게 이를 설
             명하기는 불가능하리만큼 어렵지만, 불교에서는 오히려 아주 간단하다.

               입자나 파동이라는 개념의 틀에서 떠나면 된다. 우리가 만들어 낸 개념

             의 틀을 무리하게 자연에 적용하지 않기만 하면 된다. 내려놓음이다. 물론
             쉽지 않다. 이는 존재자 이전에 설정된 이데아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무아無我다. 달리 더 할 말이 없다.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하다.




                이중간섭 실험의 이중성과 상보성(complementarity)


               양자가설에 의하면 빛은 양자다. 광자(photon)라는 알갱이다. 이제 빛의

             세기를 아주 약하게 줄여서 이중간섭 실험을 한다고 하자. 예를 들어 1초

             에 광자 하나를 방출하는 정도로 지극히 약한 빛을 보낸다고 하자.
               슬릿 두 개를 모두 열어 놓으면 하나의 광자만이 슬릿을 지나가더라도
             간섭무늬가 생긴다. 하나의 광자지만 두 파동이 더해지는 것처럼 간섭무

             늬가 나타난다. 이는 실험적 사실이다. 이 경우엔 두 슬릿이 모두 열려 있

             으므로 광자가 어느 슬릿을 지났는지를 모른다. 이처럼 광자의 경로를 모
             르면 간섭무늬가 생긴다(그림 5).
               이와 달리 슬릿 하나를 닫고 하나만 열어 놓으면 간섭무늬가 생기지 않

             는다. 광자는 열어 놓은 슬릿을 통과했을 것이므로 광자가 어느 슬릿을 통

             과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처럼 광자의 경로에 대한 정보를 알면 간섭무늬
             가 생기지 않는다. 이 역시 실험적 사실이다.
               이 두 실험적 사실을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과 관련시켜 정리해 보자. 슬

             릿 하나만 열어 놓아 경로 정보를 알게 되면 입자성이 드러나면서 간섭무



                                                                         121
   118   119   120   121   122   123   124   125   126   127   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