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고경 - 2022년 8월호 Vol.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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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빛의 이중 슬릿 간섭. 두 슬릿에서 나온 빛이 간섭하면서, 스크린에는 밝고 어두운 지점이 교대로
나타난다.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언제나 세계를 실체적으로 보려는 완강한 고집을
부리기 때문이다. 실체적 세계관에서 보면 입자는 언제나 입자처럼 행동
해야 하고 파동은 언제나 파동처럼 행동해야 한다. 이런 세계관 때문에 우
리는 곧바로 “빛이 이중성을 보이는데 그러면 빛은 도대체 무엇인가? 입
자인가 아니면 파동인가?”라고 묻게 된다.
빛이 파동이기 때문에 이중간섭 실험에서 파동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
다. 빛이 입자이기 때문에 광전효과에서 입자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본질(essence)이 드러나는 것이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전도
몽상顚倒夢想이다. 현상을 이데아idea가 드러난 것이라고 보는 세계관은
빛을 파동이라고 할 수도 없고 입자라고 할 수도 없는 바로 이 지점에서 붕
괴된다. 그럼 빛은 무엇인가?
이중간섭 실험에서 파동처럼 행동한다 하더라도, 광전효과에서는 입자
처럼 행동하므로 빛을 파동이라고 할 수는 없다. 광전효과에서 입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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