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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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운문사 대웅보전 내부 벽화, 설산동자의 구법.
동자는 이 게송을 듣고 마음은 비길 데 없이 기쁘고 환희로웠고, 깨달음
의 등불이 바로 눈앞에 다가온 듯 무한한 기쁨에 가득 차 주위를 둘러보았
다. 그러나 주변에는 험상궂은 나찰이 눈을 부릅뜨고 그를 지켜보고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찰에게 “당신은 어디서 그토록 거룩한 게송을
들었습니까? 그 게송의 나머지를 들려주실 수 없습니까?” 하고 물었다.
나찰은 험상궂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수행자여, 그런 말씀 마시오. 여러 날 굶어 허기가 져서 나도 모르게 헛
소리를 했을 뿐이오.”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에 설산동자는 “그럴 리
가 없습니다. 그 게송을 마저 일러주시면 당신의 제자가 되어 모시겠습니
다.”라며 재차 청하였다.
이 말을 들은 나찰은 오히려 지친 듯 나무라며 “당신은 지혜를 구하고자
하는 욕심뿐, 자비심은 없구려, 난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오.”라고 하는 것
이었다. 설산동자는 나찰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먹습니까?” 하니 나찰은 “그것은 묻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오. 왜냐하면 단지 사람들을 무섭게 할 뿐이니까 말이오.” 설산동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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