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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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신[樹神]이 몸을 감추고 가만히 소를 붙잡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
          였다. 이때 두 상인은 크게 두려운 마음이 들어 수레에서 서너 걸음 물러
          나서 합장하고 모든 천신에게 정례한 다음 지극한 마음으로 빌었다.

           “우리에게 지금 만난 재앙과 괴변의 두려움을 빨리 멸하게 하옵시고 편

          안하고 다행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때 차리니카 숲의 수호신은 곧 색신色神을 나투어 그 상인들을 위로하
          였다.

           “그대들은 두려워 말라. 여기는 아무런 재화도 재앙도 없으니 겁내지 말

          라. 이곳에는 오직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위없는 보리를 성취하시고 오늘
          이 숲 안에 계시노라. 다만 여래께서 도를 이루시고 49일이 지나시도록 공
          양을 안 드셨으니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제일 먼저 보릿가루와 꿀 경단을

          받들어 공양을 올리라. 그리하면 그대들은 오랜 밤에 편안하고 안락하여

          큰 이익을 얻으리라.”
           두 상인은 숲 신의 말을 듣고 곧 각각 보릿가루, 우유, 꿀 경단을 가지고
          상인들과 함께 부처님 처소로 나아갔다. 그곳에 이르러 부처님을 보니 단

          정하고 훌륭하여 세간에 비길 데 없으며 허공의 뭇 별과 같이 몸의 모든 상

          을 장엄하였다. 이를 본 상인들은 마음에 크게 공경하는 마음과 청정한 믿
          음을 발해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함께 부처님께 아뢰
          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를 어여삐 여기시어 저희의 이 청정한 보릿가루, 우

          유, 꿀 경단을 받으소서.”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내 이제 어떤 그릇으로써 발우를 삼아 음식을 받
          을 것인가?’ 생각을 하셨다.

           부처님께서 이런 마음을 내자 사천왕은 각각 사방에서 금발우를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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