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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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목조각장 고윤학 장인.
에서 담배 냄새 나는 돈을 꺼내 살며시 용돈으로 주시면 과자 사 먹
고 그랬죠. 없는 시절에 엄청나게 귀하고 행복한 일인 거예요. 아
버지가 끌 구멍이라고 그림을 그려주면 그걸 팠어요. 연필 선 밖으
로 파면 구멍이 커지고, 연필 선 안으로 파면 구멍이 좁아져 빡빡
해져 은근히 예민한 작업인데, 나는 그대로 곧잘 파냈지요. 그렇게
시간 날 때마다 아버지 일을 도와드리다가 자연스럽게 이 길을 온
것 같아요.”
1970년대 수공예품 수출이 한창 붐을 이룰 때 그는 고향을 떠나 아세아
공예사, 토우공예사를 거쳐 1978년 서울공예사 석우일 선생을 만나게 된
다. 석우일 선생은 당시 목재를 가공해서 일본으로 전량 수출하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고윤학 장인은 선생의 철저한 지도를 받으면서 그를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게 된다. 그곳에서 처음 초를 치는 법을 배우고 창작
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지금의 반려자이며 불교목조각 장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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