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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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걷는 데 있어 든든한 조력자인 아내 김향자 씨를 만난다. 그의 아내 또
한 나무 다듬는 일이 좋아 같은 길을 걷고 있기에 누구보다 일에 대해서 잘
이해해 주고 손발이 척척 맞으니 천생배필이 따로 없다.
“부처님 조성하는 것을 그곳에서 배웠어요. 초(밑그림)뜨고 하는 것
에서부터 조각은 물론이고, 우리 은사님은 조각하는 사람들은 나무
뿐 아니라 흙으로 뗐다 붙였다 하는 소조까지 할 줄 알아야 한다며
그것도 가르쳐 주셨죠. 선생님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개를 알려줘서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넓혀 주셨어요. 그 당시 한 집에 백
명씩 있던 조각하던 사람들은 다 도태되어 없어졌지만, 우리처럼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들은 지금껏 맥을 유지하고 있는 거죠.”
나무장인, 나무를 선택하다
수많은 지역 중에서 고윤학 장인은 왜 강릉에 정착하게 되었을까? 그의
말에 의하면 단연 나무가 좋아서라고 한다. 나무가 중요한 재료인데 강원
도 나무의 나뭇결은 다른 지방과 달리 그 운치와 경계가 달라 조각하는 맛
도 다르다고 한다. 강원도 나무는 신기하리만치 손에 감겨 한번 빠져들면
끼니를 거르고 작품에 몰두하게 된다는데, 나무를 생업으로 하는 이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지역성인건가.
특히 강릉의 나무가 참 마음에 든다고 한다. 나무가 가지고 있는 기상,
힘, 정서가 특별하다고 한다. 나무가 좋아서 강릉에 정착한 고 장인은 불
교목조각이다 보니 절 일을 많이 해야 해서 절에 가서 며칠씩 먹고 자며 생
활하다 보니 타지에 와 외로워할 시간도 없었다고 한다. 경전을 보아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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