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고경 - 2023년 1월호 Vol.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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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이 바스러지는 소리가 발
                                                밑에서  들려옵니다.  발자국
                                                소리, 새소리가 들릴 만큼 조

                                                용하고  아름다운  길입니다.

                                                산책은  여행이라고  옛날에
                                                누군가  말했습니다.  정말이
                                                지 이런 산책은 작은 여행처

                                                럼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이

                                                렇게 걷고 있으면 살아 있다
                                                는 감각이 전신의 세포를 살
                                                아나게 합니다.

                                                  달성습지 안을 흐르는 강
          사진 3. 달성습지 안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산책로.
                                                은 낙동강으로 합류하기 직
          전의 금호강입니다. 팔공산 기슭에서 흐르는 동화천의 물도 금호강으로 흘
          러들어 이곳으로 옵니다. 우리들 눈앞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그 유래가

          머나먼 곳에서 오는 것입니다.

           대명유수지의 물억새 밭과 달성습지의 산책길을 걸은 후 유람선을 타러
          갑니다. 1시 정각, 유람선을 타고 낙동강 선상 유람을 시작합니다. 강변 풍
          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운데 강물 위에는 복사본 경치가 아른거립니다. 멀

          리 화원동산 정상에 있는 팔각정이 보입니다. 저 높이 어디쯤인가, 고등학

          교 모자를 쓴 내 모습도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저 정도 높이에서 내려다보
          면 인생길 아득한 곳까지 내어다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나이까지 사는 것
          은 절대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10대가 제일 좋은 나이죠. 모자를 약간 삐

          딱하게 쓰고 교복 상의 단추 한 개는 풀어놓곤 했던 1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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