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23년 1월호 Vol.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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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은 강정보까지 북행했다가 뱃머리를 남으로 돌려 하류 쪽으로 내
             려갑니다. 곳곳에서 오리가 날아오르고 오리가 떠오르면서 만든 물무늬가
             하얗게 남습니다. 가까운 언덕과 먼 산이 겹겹이 겹쳐지면서 우리들 마음

             을 한없이 깊어지게 합니다.

               뱃전에 앉아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또 봅니다. 배가 지나갈 때마다
             강변 풍경은 꿈결처럼 지나갑니다. 강물에 비치는 풍경의 아름다움은 어
             떤 아름다움보다 환상적입니다. 실로 그리운 풍경입니다. 강변의 나지막

             한 덤불숲과 물그림자!
             사진 4. 낙동강 유람선을 타고 바라보는 화원동산과 정상의 팔각정.

                꿈같고 환영 같은 육십칠 년이여



               옛사람들은 산과 강을 만났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가장 먼저 천동

             정각(1091∼1157)의 임종게臨終偈가 떠오릅니다. 그의 임종게는 높고 아득하
             고 정감이 넘치는 풍경 하나를 보여줍니다.



                  꿈같고 환영 같은 육십칠 년이여

                  백조 날아가고 물안개 걷히니
                  가을 물이 하늘에 닿았네.
                                       1)


               천동정각은 묵조선黙照禪의 제창자이자 조동종에서 널리 읽힌 『송고백

             칙頌古百則』의 저자입니다. 그의 문하엔 늘 1천 명이 넘는 승려들이 몰려들
             었다고 합니다. 그런 천동정각도 자신의 평생을 ‘몽환공화夢幻空花’라고 고




             1) 天童正覺, 『宏智禪師廣錄』, “夢幻空花 六十七年 白鳥煙沒 秋水天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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