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고경 - 2023년 1월호 Vol.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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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글자로 우리들의 출렁이던 마음이 고요해질 때도 있습니다. 천동정
             각이 묘사한 이 풍경은 우리들 내면을 관통하여 가장 깊은 곳으로 스며드
             니 정말이지 천하의 절창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잇시분슈(一絲文守, 1608~1646)도 자신의 생애를 부운유수浮雲流

             水와 같다고 고백합니다.


                  뜬구름 흐르는 물과 같은 나의 생애여

                  인연 따라 쉬고 머물며 지팡이 걸어두네.

                  납자 는 원래 정한 곳이 없으니
                      2)
                  가고 머무는 것은 마음에 맡겼다네.
                                               3)


               사람은 누구나 한갓 구름처럼 떠돌며 물처럼 흘러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줍니다. 강물처럼 흘러가다가 쉬고 싶을 때 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가는 삶이란 참으로 담담한 삶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몽환공화’로 보든 ‘부운유수’로 보든 이렇게 삶의 덧없음

             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것은 대단한 축복입니다. 인생은 덧없이 흘러가는

             것입니다. 희망하고 기대하는 모든 것이 실은 죽음의 팔 안에서 춤을 추는
             것에 불과합니다. 인생의 덧없음을 깨달은 다음부터는 그저 매 순간을 음
             미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 삶은 무심한 자연 속에서 무심하게 살아가는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2) 승려가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일인칭 대명사.
             3)  一絲文守, 『定慧明光仏頂国師語録』, “浮雲流水是生涯 歇泊随縁掛錫杖 衲子由来無定跡 従教去
               住負心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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