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고경 - 2023년 1월호 Vol.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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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올라서는 웃기만 했고
                                         4)
                  물가에 가서는 울기만 했네.


               김시습이 금강산을 구경하고 난 다음에 쓴 시입니다. 이 시는 꾸밈이 없

             고 아주 단순하지만 그 정감의 덩어리는 산보다 높고 강물보다 깊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어법은 이처럼 꾸밈이 없고 단순한 것입니다. ‘등산이소登
             山而笑 임수이곡臨水而哭’, 여덟 글자를 통해 그의 절절한 정감이 우리들 가

             슴으로 스며들어 우리들 또한 그와 함께 웃고 울 수밖에 없게 합니다. 실

             컷 울고 나면 우리는 한 편의 비극을 본 것처럼 삶의 우울감, 불안감, 긴장
                                           5)
             감이 해소되어 마음이 정화됩니다.
               마냥 떠들썩한 놀이판도 돌아보면 항상 덧없음을 느끼게 합니다. 인생

             마지막 날까지 슬금슬금 걸을 수 있으려면 삶의 요령을 익혀야 합니다. 늙

             어갈수록 몸이 여기저기 불편해진다는 것을 자각하는 일이 더 많아집니다.
             아프면 아픈 대로 그냥 그대로 살아가야 하지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아픈
             몸으로 살아가려고 하면 사람은 늙을수록 더욱 지혜로워져야 합니다.




















             4) 金時習, 『梅月堂集』, “樂山樂水 人之常情 而我卽 登山而笑 臨水而哭.”
             5)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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