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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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심리치료의 첫 번째 테제가 된다.
제법무아는 치유의 가능근거뿐만 아니라 치유의
지향점을 제시한다. 제행무상, 일체개고라는 유위법
의 바탕에도 무아가 있어야 하고, 열반적정에도 무
사진 3. 화엄의 법계연기
를 나타내는 의상 아가 전제되어야 한다. 유위법의 바탕에 무아의 반
대사의 화엄일승
법계도. 대인 유아가 있으면 괴로움이 발생하게 된다. 유위
법은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해체될 수
있는데, 이를 고정불변의 유아로 생각하면 괴로움이 발생하게 된다. 유위
법의 바탕에 무아가 있으면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모든 법
에 해당되는 특징을 보기 때문이다.
무아는 유위법, 무위법에 상관없이 모든 법이 지향해야 할 지향점으로
서의 역할을 한다. 치유의 가능성, 치유의 가능근거, 치유의 지향점을 사
법인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존재론에 의한 함축에서부터 인식론, 진리론,
방법론으로 나아가면서 세부적인 함의가 추가된다.
이지연기에서는 모든 존재가 연기적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
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법과 연기는 붓다 역시 발견한 것이다. 원래 있는
것이기에 이것에 대해서 어떠한 유위도 가할 수 없다. 존재론과 연기론에
대해서는 유위를 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단지 볼 뿐이다. 존재와 연기
자체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단지 보고 따를 따름이다. 유
위를 가할 수 있는 것은 인식론부터이다. 법의 특징과 연기의 법칙이 이러
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깨달음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고, 이것을 거
스를 때는 괴로움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아는 것뿐이다. 십이지연기에는 이
미 인식론의 차원이 포함되어 있기에 존재와 연기만으로는 다루기 어렵
다. 자세한 것은 진리론에서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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