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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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비실체적인 생멸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생멸의 운동에는 하나의 법
칙이 있다. 담마는 연기緣起(paṭiccasamuppāda)라는 법칙성을 가지고 운동
한다. 연해서[緣] 발생하는[起]는 것으로 생멸을 설명하는 것이다. 생멸은
의존적으로 발생하고,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
원인의 원인, 자기원인과 같은 것이 성립하지는 않는다. 한 찰나와 다음 찰
나가 이미 다르기 때문에 자기원인이 성립할 수 없고, 찰나의 연속이기 때
문에 무원인도 성립하지 않는다.
이처럼 담마의 생멸은 연기緣起로 정의할 수 있다. 모든 담마는 생멸하
므로 이러한 연기는 모든 담마에 적용할 수 있다. 즉 담마와 연기는 외연
이 동등하다고 할 수 있다. 담마라는 존재와 연기라는 운동이 동등한 외연
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기를 보는 자 법을 보게 되고, 법을 보는 자
연기를 보게 된다. 실체론적 존재론에서는 고정불변의 실체를 다루기 때
문에 운동론이 필요가 없다. 반면 생멸적 존재론에서는 생멸하는 담마를
다루기 때문에 생멸에 대한 운동론이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연
기론은 불교철학의 독특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법론과 연기론은 불교
철학에서 가장 높은 위계에서 동등한 외연을 가지는 이론이다.
존재론과 같은 외연을 가진 연기로 이지연기二支緣起를 들 수 있다. “이것
이 있을 때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날 때 저것이 일어나고, 이것이 없을
때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할 때
저것이 멸한다.” ‘이것’과 ‘저것’
은 원래 십이지연기의 각지各
支를 대입하는 것이었지만, 후
대로 갈수록 ‘이것’과 ‘저것’에 모
사진 2. 연기를 보는 자 법을 보고, 법을 보는 자 연기를
본다. 든 존재를 대입하게 된다.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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