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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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되면 모든 존재가 연기적 관계를 이루게 되고, 그러한 관계는 중층적이고
             도 무한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연기의 정점이 화엄의 법계연기法界緣起이다. 이는 연기되어 있

             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발견의 맥락에서 보면 십이

             지연기十二支緣起가 먼저 발견되었지만, 논리의 맥락에서 보면 십이지연기
             는 이지연기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지연기는 인식주체가 없는 존재
             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존재론에서 출발한다면, 십이지연기는 인식주

             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인식론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붓다의 문제의식인 ‘괴로움의 원인을 발견하고 이를 소멸하기’ 위해서
             연기적 관계를 거슬러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십이지연기이다. 붓다는 숙
             명통을 통해서 자신의 전생 전체의 연기과정을 보게 되고, 천안통을 통해

             서 자신과 연기적 관계에 있는 모든 중생들의 삶 전체의 연기과정을 보게

             된다. 이러한 연기과정 전체를 보게 됨으로써 붓다는 자신의 문제의식을
             해결하게 된다. 더 이상 생로병사가 문제가 되지 않게 되고 번뇌가 사라지
             게 된다. 붓다는 언제든지 모든 사건의 원인을 연기적으로 알 수 있기 때

             문에 번뇌가 쌓이지 않게 된다.



                함축



               존재론의 관점에서 무상은 변화를 말하고, 변화는 치유와 퇴보의 가능

             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무상에서 치유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
             다면, 무아는 이러한 치유의 가능근거를 제시한다. 변화가 가능한 것은 모
             든 존재가 비실체적이라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실체적인 존재라면 변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치유가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므로 제법무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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