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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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불교의 자비가 당시의 사회를 바로잡을 기본 동력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는 선정에 깊이 빠져들면 대승이 아닌 자기만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승
에 그치게 될 것을 우려하였고, 나의 깨달음을 자랑하는 자만으로 이어질
것을 경계하였다. 인순의 이러한 생각은 사실상 태허 사상과 일치한다.
태허 역시 인간이 사는 이곳에서 성불한다[卽人成佛]는 입장을 철저히 하
였고, 인간을 벗어난 초현실적인 어떤 세계에도 깊은 관심을 두지 않았
다. 그리하여 “인간에서 보살로, 그리고 부처로 나아가는 인생불교를 건
설하자.”(「중국불교를 개혁하려는 혁명승들에게 주는 가르침」)고 주장하였고, 여기
에서 인순의 범부보살 사상이 나오게 되었다.
새로운 정토종의 이해: ‘인간정토’와 ‘창조정토’
현재 살아있는 인간에 관심을 둔 태허 사상에서 보면 정토종의 ‘정토’에
대한 인식이 좋을 수는 없다. 정토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아니
라 ‘저 세상’에 대한 관념이기 때문이다. 정토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
계는 ‘더러운 땅[穢土]’, ‘탁하고 오염된 세계’라고 부르며 황금으로 이루어
진 서방 극락세계야말로 우리가 죽은 뒤에 왕생해야 할 ‘깨끗한 땅[淨土]’이
라고 보았다.
태허는 이러한 정토종을 현실화하려고 시도하였다. “오늘 오염된 중국
을 중국의 깨끗한 땅인 정토로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나 인
간은 이러한 마음의 힘과 정토를 만들 능력이 있으니, 이 세상을 순수한 땅
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러한 실천적, 제도적 개혁
시도는 정부의 종교 정책이나 불교계 내부의 의견 통합의 어려움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죽음과 귀신 등 저 세상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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