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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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허와 인순의 이러한 불신관의 차이는 기독교에서 예수를 역사상의 존
재이며 신의 아들이라는 신적인 요소를 모두 인정하는 입장과 역사상의 존
재를 더 중심에 놓는 신학적 차이에 비견할 만하다. 현대신학은 신으로서
의 예수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예수를 더 강조하고, “신학은 인간학이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신학의 불교적 등가물이 바로 태허의 인생불
교와 인순의 인간불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에 중심을 둔 불
교를 말하는 태허 사상에 대해서 인순
은 인간 자신을 중심에 두는 불교를 주
장했던 것이다. 이것이 스승 태허의 인
생불교를 제자 인순의 인간불교가 발
전시킨 것이면서도 대조적이라고 보
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순은 “모든 부처들이 인간에게서
나왔고, 결국 천天의 영역에서는 성불
하지 않는다.”(『아함경』)는 글을 읽고 기
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시방세계
중에서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이 땅을
중시하고 삼세三世에서도 현재를 중시
하며, 일체 유정 중 특히 인류의 구제
를 근본으로 삼고 있다는 것에 큰 감동
을 받았던 것이다.
그는 깨달음을 얻어 중생세계를 벗
사진 5. 지장보살도(고려후기, 뉴욕 메트로포리탄박
어날 수 있더라도 중생을 다 구제하기 물관). 부처가 되기를 포기한 지장보
살은 보살정신의 대표적인 예로 볼
전에는 이 세계를 떠나지 않겠다는 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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