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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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로 나누어진 전시실에는 초기에서 만년의 작품들까지 전시되어 있었
는데, 그중 몇몇 작품들은 이미 도록으로 보아 왔던 것들도 있었지만 처
음 보는 그림들도 많았다.
그런 세기적인 명작들을 코앞에서 바로 보는 느낌은, 가슴 터지는 감
격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관람객이라고는 달랑 나 혼자뿐이었기에 작품
에 대한 집중도는 더욱 강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비밀스런 방을 훔쳐보는 것 같은 내밀한 흥분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
고 그림들을 흝어 나갔다.
불교적 명상화의 개척자
로에리치의 평가는 실로 다양하다. 근·현대적 노마디즘(Nomadism)의
선구자인 탐험가, 고고학자, 히말라야의 신비를 그린 화가, 그리고 티베
트 문화, 종교, 철학적 사유를 작품에 잘 반영한 수행자, 깨달은 도인 등
등이다. 그리고 한때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국제적인 인물이지
만 무엇보다 수많은 걸작을 남긴 기인적인 풍모의 화가의 인상이 두드러
진 인물이다.
그는 히말라야권의 자연과 문화에 심취하여 만년에는 20여 년 동안 이
곳 뚤루 계곡의 나가르 마을에서 살았다. 가끔 티베트권 마을과 사원 등
을 여행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또한 라다크 해미스(Hemis) 사원에서 ‘토
마스 복음서’라고 전해지는 고대 필사본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
으로 예수님의 알려지지 않은 생애, 즉 예수님이 동방에서 불교수행을
했다는 사실을 발표하여 세기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티베트
불교 까규파의 성자 밀라레빠, 붓다, 예수를 비롯한 위대한 성자들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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