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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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맞아 죽어 사지四肢가 갈기갈기 찢어진 채로 온 마당에 가득 널
려 있었습니다.
종리가 이것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벌벌 떨며 동빈더러 “그 시체를 전부
주워 모으라” 하였습니다. 동빈은 처음부터 조금도 놀라는 빛이 없었습니
다. 시체를 주워 모으면서 얼굴을 조금도 찌푸리지 않고 마치 나무 막대를
주워 모으듯 아주 태연하였습니다. 종리가 그것을 보고 또 한 번 크게 웃
으니 모든 시체는 간 곳 없고 집안에서 자기 가족들이 반기며 쫓아 나왔습
니다. 그때야 비로소 종리에게 시험당한 줄 알고 동빈은 크게 탄복하며 수
없이 절하였습니다.
그 뒤로 동빈은 신선도를 닦아 세상에 으뜸가는 신선이 되어 공중을 날
아다니는 것을 비롯하여 기묘한 재주를 많이 가졌습니다. 그리하여 천하
에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 없는 줄 알고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황룡산黃龍
山에서 회기晦機 선사의 도력道力에 항복하고 그 밑에서 크게 깨쳐 불법佛
法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천여 년 동안 그 몸 그대로 돌아다니며 많은
불사佛事를 한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너무나 유명한 사실들입니다.
일례를 들면, 송나라의 휘종徽宗 선화宣化 원년元年(1119)에 휘종 황제가
임영소林靈素라는 사람에게 속아서 그와 모든 것을 의논하는데, 문득 동빈
이 그 자리에 나타나서는 임가를 꾸짖고 황제에게 속지 말라고 타이른 것
과 같은 예를 들 수 있습니다.
미륵불의 화신 포대화상
포대화상布袋和尙이라고 불리는 스님이 있었습니다. 남에게 얻어먹고 다
니는 거지 스님인데 살림살이라고는 큰 포대 하나뿐이었습니다. 포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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