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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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없어야 한다는데 금덩어리 하나 보고 그렇게 좋아하는 놈이 무슨 도道
             닦는 놈이냐? 너는 도인道人이 아니라 분명코 도적놈이니 너 같은 놈은 따
             라갈 수 없다.”

               그러고는 뿌리치고 돌아가려 하였습니다. 그러자 종리는 크게 웃으며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금덩어리를 자세히 보라.”
               동빈이 자세히 보니 그것은 금이 아니라 썩은 돌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종리가 자기를 시험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리하여 깊은 산골에 가서 움막을 짓고 공부를 하는데, 하루는 종리가 어
             디 갔다 온다 하며 더 깊은 골짜기에 가서 무슨 약을 캐어 오라 하므로, 동빈
             은 지시한 곳에 가서 보니 아주 잘 지은 초가집이 한 채 있었습니다. ‘이런

             깊은 산골에 어찌 이런 집이 있는고?’ 하는 의아심이 나서 그 집 마당에 가

             서 보니, 방안에서 세상에 보기 드문 예쁜 여자가 반기며 나오더니, “우리
             남편이 먼 길을 떠난 지 오래되어서 대단히 적적하더니 마침 잘 오셨습니
             다.” 하며 동빈의 손을 잡아당기려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동빈이 번개같이 발로 차며 꾸짖기를, “이 요망한 년, 이것이 무슨

             짓이냐?”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집과 그 여자는 간 곳 없
             이 사라지고 자기 스승인 종리가 허허 하고 손뼉치며 웃고 있는 것이었습
             니다. 이리하여 동빈은 또다시 시험당한 줄 알았습니다.

               종리가 하는 말이, “세상에 제일 어려운 것이 재물과 여자인데 네가 그

             만큼 뜻이 굳으니 이제는 너의 집에 가서 부모를 아주 하직하고 참으로 공
             부 길을 떠나자.”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종리와 같이 자기 고향에 가서
             집으로 갔는데 대문이 잠겨 있고 아무리 소리쳐도 안에서 대답이 없었습

             니다. 그래서 담을 넘어가 보니 이게 웬일인가. 자기의 부모, 형제, 처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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