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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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있고, 타고 싶은
기차가 있습니다. 무
궁화호도 그런 타고
싶은 기차 가운데 하
나입니다.
바다를 실컷 보고
오는 길이지만 문득
어린 시절에 한 번 읽
었을 뿐인데 저절로
외우고 있는 장 콕토
사진 5. 느린 만큼 향수에 젖게 하는 무궁화호 열차.
(1889∼1963)의 짧은
시 〈귀〉가 떠오릅니다. 콕토는 젠체하지 않고 그저 평범한 어조로 평범한
단어를 툭 던지고 지나갔는데 두고두고 뒤돌아보게 합니다. 이 시는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영원한 고향, 바다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표현한 것
입니다. 바다를 시각이 아니라 청각으로 표현함으로써 평생 잊지 못할 청
각적 그리움을 들려줍니다. 귀 기울여 해조음을 듣는 것, 그것은 대단한 행
복입니다.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 소리를 그리워하네. 11)
11) Jean Cocteau, 『Po sies(1917∼19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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