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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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1)
100년 전에 이 시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놀랐을까요.
사람들은 이 시를 읽고 비로소 진달래꽃과 이별에 눈을 떴다고 할 수도 있
겠지요. 지나간 10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이 시를 읽으면서 마음이 아
련해지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 시는 글자 그대로 읽으면 작품이 참뜻을 잃고 허무한 시가 되고 맙니
다. 이 시는 시인의 속마음과는 반대되는 반어법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
1) 김소월, 『진달내꽃』(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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