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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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 위를 미끄러지듯 사는 것이 좋다.” 4)
류영모(1890~1981)도 루크레티우스와 비슷한 말을 남겼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선미禪味가 느껴집니다.
“이 지구 위의 잔치에 다녀가는 것은 너, 나 다름없이 미련을 갖지
말아야 합니다. 자꾸 더 살자고 애쓰지를 말아야 합니다. 여기는
잠깐 잔치에 참여할 곳이지, 본디 여기서 살아온 것도 아니요, 늘
여기서 살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이 세상을 생각으로라도 초월하
자는 것입니다.” 5)
과학은 새로운 만큼 가치가 높아지고, 종교는 오래된 만큼 가치가 높아
집니다. 철학도 항상 근원을 찾아갑니다. 죽음에 대해서는 일찍이 소크라
테스(B.C.470?~B.C.399)가 선기禪氣 가득한 말을 남겼습니다.
“어떤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그는 지혜로운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지혜롭지 않으며, 무엇을 아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허락된 모든 복 중에서 죽음이
최고의 복일지도 모르는데,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 최악의 재앙임
이 확실한 것처럼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6)
4) 사라 베이크웰, 『어떻게 살 것인가』(2012).
5) 박영호, 『다석 류영모』(2009).
6)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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