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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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구름처럼 산을 수놓는 벚꽃 터널.
어집니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면 진달래꽃 잔치가 펼쳐집니다. 터질 듯
피어난 꽃들을 바라보노라면 우리들 마음도 터질 듯이 부풀어 오릅니다.
계절 따라 자기 차례가 오면 말없이 피는 꽃의 마음을 배우는 것이 화도花
道입니다. 꽃을 피웠다면 열매를 맺어야 하고, 아직 피지 못했다면 언젠가
는 피어납니다. 사람도 저마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사람 나름의 꽃은 반
드시 피어납니다.
어느 정도 내려와 문득 고개를 들고 보니 능선이 불타는 것처럼 붉게 타
오릅니다. 꽃들은 스스로 열리고 자신의 색으로 물들면서 우리를 깊은 곳
으로 이끌고 갑니다. 보세요. 아아, 끌어안고 울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풍
경입니다.
진달래꽃을 보고 있자니 문득 100년 전에 김소월(1902~1934)이 쓴 「진달
래꽃」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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