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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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오직 화두참구’만을 강조하셨던 큰스님께
선물을 드린 듯 마음이 홀가분했습니다. 마침 올
해 성철 종정 예하의 열반 30주기를 맞이하니 가
야산 산골스님으로서 출판사를 운영하며 그래도
나름 불교 출판 역사에 작은 공덕이나마 쌓은 것
은 아닌가 하는 자긍심도 생깁니다.
사진 3. 『정독 선문정로』 그런데 2천 년도에 들어서면서 출판계에서는
(장경각, 2022).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정보 기술과 통신 및 스
마트폰의 발달로 ‘종이책의 종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요
즘은 종이책을 읽는 수고가 아니더라도 SNS에, 유튜브에, 웹툰 등 잠시도
눈을 사용하지 않을 때가 없을 정도로 볼거리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값을 치르고 종이책을 소
장한다는 것 자체가 생경한 문화 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며, 장경각 출판의 미래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
도 늘고 있습니다.
원택스님, 그간 참 수고 많으셨소
이런 상황에서 그 어렵다는 승조의 『조론』과 위진남북조시대의 수나라
에서부터 당송원명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주석서 5권을 포함
해 1질 6권을 출판한다는 일은 그 자체가 무모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주변의 우려도 컸지만 불교학 발전과 불교출판 역사에 힘을 보탠다는 일
념으로 여러 가지 일로 출간일이 미루어질 때마다 ‘감인대堪忍待’를 마음에
새기며 책이 세상에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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