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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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대웅전의 석가모니 불상 뒤에는 『법화경』, 『화엄경』 장면의 후불탱
          화가 있습니다. 봉암사 대웅전은 불상 뒤에 목조 보살 부조상을 조각해 놓
          아 생동감이 대단합니다. 새벽 3시 예불 참석은 난생처음인데 그것도 봉

          암사의 새벽 예불입니닷!

           스무 명 남짓한 스님들이 들어오고 예불은 3시 30분에 끝납니다. 새벽
          예불의 분위기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청정함이 있습니다. 잠시나마 마음
          이 깨끗해집니다. 이 자리에 앉아 보려고 봉암사에 오고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난 것입니다. 그저 흉내만 내고 앉아 본 것이지만, 강렬한 현존의 감

          각을 느꼈습니다.
           새벽 예불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주지실 앞의 동방장 입구 계단 위에 캄
          캄한 어둠이 내려와 있습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캄캄한 어둠이 여기

          에 있군요. 나는 평생 이런 어둠을 평범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들여다볼

          수록 더 깊어지는 어둠 속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적막함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둠 속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어둠을 두려워합니다.
          어둠이 두려워서 밤에도 대낮같이 불을 밝히고 흥청망청 살아갑니다. 하

          지만 삶에서 어둠을 몰아내는 것은 점점 더 어두운 데로 들어가는 것입니

          다. 류영모 선생(1890~1981)은 이렇게 일깨워 줍니다.


              어둠이 빛보다 크며, 낮이란 만년을 깜빡거려도 하루살이의 빛

              이다. 3)



           류영모 선생은 이 세상과의 연결이 아니라 자기 내면과의 연결, 자신 너




          3)  박영호, 『다석 류영모』(두레,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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