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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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우리는 어둠 속
                                                   에서 가장 예민하게 빛
                                                   을  감지합니다.  마찬가

                                                   지로 죽음이 눈앞에 있

                                                   을 때 삶을 절실하게 갈
                                                   구하는  것입니다.  이와
                                                   사키는 점적点滴 폴대에

                                                   의지해서  살아가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
                                                   은 절망 끝에서 한 줄기
                                                   빛을  찾기  위해서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어둠 가운데 가장 깊
          사진 9. 동방장 계단 위 캄캄한 어둠.
                                                   은 것은 무명無明의 어둠
          입니다. 지혜가 없어서 보여야 할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무명입니다. 무

          명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본 무지입니다. 야보도천(12세

          기)은 무명에 대해 이렇게 노래합니다. 시가 너무나 울림이 커서 많은 사람
          이 애송하는 게송입니다. 나도 밤에는 이 시를 한 번씩 외우곤 합니다.



              깊은 밤 절집에 말없이 앉았으니

              적막하고 쓸쓸함은 본래 그런 걸세
              무슨 일로 서풍은 숲을 흔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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