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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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도보다
                                                          는 이 인적 없는
                                                          길, 끊임없이 들

                                                          리는  새소리가

                                                          훨씬  더  좋았습
                                                          니다. 굳이 말한
                                                          다면  아무  생각

                                                          도  일어나지  않

                                                          았습니다.  인간
                                                          의  언어를  떠나
                                                          서  고스란히  자

                                                          연만  느껴지는

                                                          무념의 산길이었
                                                          습니다.  사람이

          사진 11. 보림당 처마 위로 빛나는 희양산.                       만들지  않은  아
                                                          름다운 대자연이

          야말로 정토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새소리 가득한 산길을 걷다가 내려오니 날씨가 맑아졌습니다. 날씨가
          맑아지자 그동안 모습을 감췄던 희양산 봉우리가 자태를 드러냅니다. 천

          층 만첩으로 된 바위산이 절집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보림당 처마 위로 하

          얗게 빛나는 희양산 정상(999m)이 보입니다. 산세가 드러나자 봉암사는 한
          층 더 신성한 기운에 휩싸입니다.
           산문을 벗어나자 다시 소리가 들려오고 사람들이 나타나고 자동차가 지

          나갑니다. 깊은 침묵 속에서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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