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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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무도한 국가가 침입해 와서 우리의 상업을 방해하거나 권리
를 깔아뭉갠다면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모든 인류의 진보를 가로막
는 짓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이름으로 이에 굴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기를 드는 것 외에 다른 선택권이
없다. 이는 적들을 살해하기 위한 것도 아니요, 도시들을 약탈하기
위해서도 아니며, 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정의를 펼치기 위해 부정의를 대표하는 나라의 국민들을
처벌하고자 할 뿐이다. 우리 스스로 무엇이든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무엇이 어찌 되었든 그것이 소위 종교적 행동이
라는 것이다.” - 『전쟁과 선』, 65쪽.
스즈키의 이런 말은 일반론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고 상식적인 주장이라
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는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시아를 침략하고 하와이의 진주만을 폭격할 때 위와 같은 자신의
주장에 부합하는 어떤 일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정쟁을 일
삼는 일본 정부를 비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거꾸로 그는 군국주의를 지
향하는 일본의 활동에 매우 열광했다.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해 사과한 것
은 일본이 패망한 후 중국이나 한국 혹은 대만 같은 곳에서 벌인 식민지 사
업에 대한 것뿐이었다. 전쟁 기간 중에는 일본의 전쟁에 열광했다는 증언
들이 많다.
“스즈키가 영어로 선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한 1906년 이래 그는
선과 무사도 사이의 연관성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 병사들에
게 이 두 정신이 결합된 것이 제공되었음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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