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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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느꼈다.
일본의 침략전쟁 시기에 이들이 한 역할을 요약해 말하면, 불교교리를
편의적으로 해석하여 침략전쟁을 악과 싸우는 정의로운 전쟁으로 정당화
하는 것이었다. 나아가 잘못된 생사관을 주입하여 젊은이들의 고귀한 생
명을 국가를 위해 바치게 한 것이었다. 이들의 역할에 대하여 브라이언 빅
토리아는 다음과 같이 요약하여 말했다.
“선불교 교리의 몇몇 주요 측면은 일본 군인정신의 중심부에 있었
습니다. 그중에 주요한 것이 바로 생사일여生死一如의 깨달음이었
습니다. 삶과 죽음은 동일하며, 생명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국
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고귀한 정신을 획득할 수 있다
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선의 생사관은 군인들뿐만 아니라 일본 국
민 전체의 생사관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군인들의 목적이 살아남
아서 고국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장에서 죽는 것이라는 이 사
고방식은 군 지휘관들에겐 매력적인 사상이었습니다.”
이처럼 강화도 조약으로부터 시작하여 청일전쟁, 러일전쟁, 1910년 조
선에 대한 강제 병합과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일
본의 전통 불교종단과 스님들, 나아가 스즈키 같은 주요 인물들은 침략전
쟁에 대한 확고한 지지자들이었다. 나아가 그들은 젊은이들을 전쟁으로 내
모는 왜곡된 불교사상을 제공하는 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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