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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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선화를 설명하시는 성각스님.
로 추앙받았으며, 그 명성은 중국에서도 알려졌다. 당시 선장禪匠은 선화
를 선법의 도구로 삼았으니 불교 선서화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고려시대
최고의 문인 이규보는 많은 선시를 남겼고, 공민왕도 선화를 즐겨 그렸다.
조선의 고승 휴정선사는 선필禪筆의 진수라 하여 이름났으니, 선서화는 통
일신라시대 이래로 지금까지 꾸준하게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선화의 축을 이루는 구성요소는 단순해 보이지만 이루기에는 지극히 어
려운 양면성을 가진다. 가로로 획을 긋는 한 일(一), 세로로 내려긋는 뚫을
곤(丨), 선의 끝과 끝이 만나는 옴(○)은 선화 구성의 근본이다. 일(一)은 수
평의 연장을, 곤(丨)은 수직의 연장이며, 옴(○)은 분리되지 않는 자아를 상
징한다. 수평이나 수직은 무한을 의미하며 원은 순환을 의미하여 선 세계
와 연결되고 있다. 획을 그어 내리고 연결하는 방식은 단순해 보일지언정
그것을 통해 정신세계를 넘나들고 선각先覺에 이르는 경지에 도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나의 선을 긋기 위해서 일상과 평생을 통한 집중과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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